어두리
대전 오정동
지난 겨울 '어두리' 업주 부부 분들을 오랜 세월이 담겨있고 뒷마당이 깊은 낡은 주택에서 만났습니다.
지어진지 3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단단하고 작은 건물, 분명 오랜 세월동안 이 자리를 지키며 가족의 추억과 역사가 담겨있을 듯한 이 주택은 복잡한 내부와 깊은 뒷마당이 있는 동시에 고즈넉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본래 오류동 재래시장에서 '어두리'라는 식당을 가족분들과 함께 운영하시며, 담백한 맛과 소박함으로 이끌어 오신 업주분들은 이 건물을 개보수하여, 기존의 맛과 정성은 끌어올리고 그 동안 찾아주신 단골 손님분들께 쾌적한 장소를 만들어 드리고 싶은 마음을 담고 계셨습니다.
처음 이 공간에서 만남을 갖고 무척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존 고객분들의 오랜 추억이 있는 '어두리'의 맛깔나는 공간에 어떻게 하면 색을 더 아름답게 입힐지.. 주택으로 사용되었던 곳에 주방동선을 겸비하며 상업 시설로의 전환, 그리고 방화지구(화재취약지구)에 대한 기능적인 부분과 허가사항까지도 완벽하게 구축해야했기에, 수많은 서류 절차와 허가사항이 필요했던 곳입니다.
주택을 개조하여 상업 시설로 전환한 곳을 많이 시공해봤지만, 이곳은 그곳들 중에서도 난이도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결국 깊은 뒷마당에 신축 건물을 만들어, 밖에서는 구옥의 모습을 개보수하여 살리고 뒷쪽으로 연계하여 넓은 동선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오래된 구옥 건물과 창으로 보여지는 곳에 조경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고민하며, 식물이 수년간
원래 그곳에서 자란것처럼 연출하기 위해 이끼 하나 덩굴식물 하나까지도 손수 식재하여 자연스러움을 추구한 현장이었습니다.
대전 지역에서 주택을 개조하여 인테리어를 하는 공간들이 다수 있었는데, 지금은 까다로운 법규와 상승된 부동산으로
이마저도 기회가 줄어들어, 아쉬운 상황입니다. 오래된 건물에서 주는 분위기와 구도가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시공과
절차가 어려워 더 정성이 들어가기에 좋은 캔버스가 되기도 하는 주택개조 현장들.
이곳을 시공하며 많은 고난도 있었지만 신구의 조화로움과 남녀노소가 모두 좋아할 수 있는 대중적인 공간을 설계하는
것이 얼마나 보람있는지에 대해 깊이 깨닫게 된 현장이기도 합니다.
특히 삼둥이를 출산하신 업주분들께 뜻깊을 가족의 공간이 매일 손님으로 가득차는 모습을 보며 많은 감정과 감동의
연속이었던 현장 '어두리' 입니다.
본래의 담장은 개방감을 주기 위해 허물고, 낮은 담장에 가시가 없는 장미 원종인 '찔레 덩굴'을 식재하여 세월이 흘러
자연스레 초록의 나지막한 담장으로 변모하도록 설계하여 시공하였습니다.
기존의 철문은 걷어내고 손님분들이 입구에서부터 목가적인 편안한 분위기로 식당으로 입장하실 수 있도록 계획하였습니다. 특히 노인분들과 아이들을 대동한 가족 손님들을 위해 계단은 낮고 넓은 도보 형태로 적용하였습니다.
뒷집과의 경계선에는 풍성한 대나무를 심어, 신설한 건물에 앉아서 식사할 때 대나무 숲에 앉아 있는 느낌을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결과는 대만족 입니다. 특히 바람 소리가 매력적인 공간이 뒤뜰에 만들어졌네요.
창가에는 석류나무와 사과나무 등 과실수를 심어 다복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기존 구옥의 복도 공간에는 마치 골목길에서 오랜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으로 연출하였습니다.
신설한 건물동에서 바라보는 뒤뜰의 대나무는 청명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단조롭던 창가에는 콘크리트 타설을 할 때 바닥 레이어를 낮춰 화단을 조성하여, 단조롭고 딱딱한 분위기의 긴장감을 해소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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